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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이기는 순간

2026년 8월 10일 · 좋은 글 모음

윈스턴 처칠이 정계를 떠난 뒤,
여든을 넘긴 나이에 한 파티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그를 알아본 한 부인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어머, 총리님. ‘남대문’이 열렸네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순간의 민망함을 감추기란 쉽지 않은 상황.
그러나 그는 얼굴 하나 붉히지 않았다.

잠시 미소를 띠더니, 이렇게 말했다.
“굳이 해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죽은 새는, 새장 문이 열렸다고 밖으로 나올 수 없으니까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순간 정적에 휩싸였다가,
곧바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위기를 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웃음으로 상황을 지배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그를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꼽을 때,
정치적 업적뿐 아니라 그의 여유와 유머를 함께 떠올린다.

강한 사람은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웃음으로 바꾸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셈이다.

처칠이 처음 하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후보는 그를 향해 “늦잠 자는 게으른 사람”이라며 거칠게 공격했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그리고 이렇게 받아쳤다.
“나처럼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산다면,
여러분도 아침 일찍 일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공격은 순간에 무력해졌고, 사람들은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결국 표로 이어졌다.

우리 정치사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김종필 전 총재가 이인제 의원으로부터
‘서산에 지는 해’라는 공격을 받았을 때다.

그는 정면으로 맞받아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태양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잔잔한 일몰에 있습니다.
서산을 붉게 물들이고 싶습니다.”

그 한마디는 공격을 반박하면서도, 동시에 품격을 드러냈다.
상대를 꺾지 않고도 자신을 높이는 방법, 그것이 바로 유머였다.

생각해보면 유머란 참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쓰이면 가벼운 조롱이 되지만,
상황을 살리기 위해 쓰이면 깊은 울림이 된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마음을 적시고,
가려운 곳을 살짝 긁어주는 듯한 시원함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경영에서도‘유머’가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직원이 웃어야 조직이 살아난다는 ‘펀 경영’,
소비자의 웃음을 자극하는 광고,
심지어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웃음이 처방으로 쓰인다.

결국 웃음은 사치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날을 세운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상대를 눌러야 내가 산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강한 사람은 상대를 밟지 않는다.
그저 웃음으로 넘어선다. 이제는 방향을 바꿀 때다.

날 선 말 대신 여유를, 공격 대신 웃음을 선택해야 한다.
사람을 이기기 보다, 마음을 얻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웃음은 가볍지 않다. 그건 품격이고, 힘이며,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부드러운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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